‘자목련이 흔들린다. 바람이 왔나 보다. 바람이 왔기에 자목련이 흔들리는가 보다.’
‘작년 이맘때만 해도 그렇지가 않았다.’
‘저렇게 자목련을 흔드는 저것이 바람이구나.’
김춘수 시인의 ‘바람’이라는 시의 한 소절입니다. 내용을 가만히 읽어보면 어딘지 모르게 조금 어색합니다. 바람이 올해만 유독 불어 목련을 흔든 것도 아닐텐데 말이지요.
시인이 바람에 흔들리는 목련을 새삼스러워 하는 것처럼
저 역시도 늘 그 자리에 계시던 성도님들과 학생들이 바람에 살랑이는 자목련인 양 낯설게 느껴집니다.
떠날 때가 되어 조금 더 다정하게 인사를 나누어야 한다는 것이 낯설고
더 많이 마음을 열고 이야기를 나누지 못한 것이 아쉽습니다.
제가 여러분들을 보며 그러한 것처럼, 성도님들의 마음에도 저를 떠올릴 때에 목련을 흔들던 바람 같은 낯설고 아쉬운 마음이 한 움큼쯤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벌써 그런 마음들을 제게 표현하시며 눈시울을 붉히시는 성도님들을 뵐 때면
부족한 종이 참 과분한 사랑을 받았구나 감사하게 됩니다.
제게 동부산교회는 참 의미있고 행복했던 교회였습니다.
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아내와 함께 처음으로 사역했던 교회.
강도사 인허와 목사안수를 받고 처음으로 강복을 선언했던 교회.
사랑하는 딸 예온이가 태어나고 유아세례를 받은 교회이기 때문입니다.
교회와 당회, 담임목사님과 원로목사님 이하 모든 성도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특별히 졸업동기이지만 앞에서 이끌어주고 함께 동역하며 섬긴 우재섭 목사님께 목회편지를 통해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제게 교회와 성도들을 위하고 사랑하는 모습이 무엇인지 삶으로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람의 마음으로는 아름다운 우리 교회를 떠나며 마음이 퍽 속상하지만
한편으로는 우리가 함께한 모든 시간들이 하나님께 기쁜 예배와 찬송이 되어 올려졌을 것이라 생각하니 오히려 감사와 기쁨이 넘칩니다.
사랑하는 우리 동부산교회 성도님들! 다시 뵈옵는 날까지 영육간에 강건하십시오.
-주정환 목사 올림-